독일의 라인형 시장경제와 미국의 앵글로색슨형 시장경제
2004년 캠브리지 대학 출판사에서 간행되었던 책 『How Institutions Evolve: The Political Economy of Skills in Germany, Britain, the United States, and Japan』이 부산대 사회학과 신원철 교수에 의해 완역되어 『제도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 독일·영국·미국·일본에서의 숙련의 정치경제』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어 있습니다(2011년 12월 20일, 도서출판 모티브북, 지은이 Kathleen Thelen).
이 책은 새삼스럽게도 1993년에 출간된 미셀 알베르(Michel Albert)의 책 「Capitalism versus Capitalism (New York : four Walls Eight Windows)」을 소개하면서, 알베르가 독일이나 프랑스 외에도 스웨덴뿐 아니라 일본까지도 라인형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줍니다(책 p.23). 미국과 영국의 앵글로색슨형 시장경제를 ‘자유(liberal) 시장경제’ 또는 ‘비조정된(non-coordinated) 시장경제’라고 규정하고 독일과 일본의 라인형 시장경제를 ‘조정된(coordinated) 시장경제’ 또는 ‘사회적으로 규율되는(socially embeded) 시장경제’라고 규정하면서 구분하는 David Soskice, Peter A. Hall 등의 연구를 소개하는 것도 거듭 새삼스럽다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결코 새삼스럽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 책이 시작됩니다.
‘세계화’에 의해 국가간 이동이 자유로워진 기업들이 ‘체재쇼핑(regime shopping)’을 하게 되면 탈규제화 경향이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되었고 그리하여 유럽의 ‘조합주의적(coporatist)' 정치경제를 지지하는 학자들은 큰 우려를 표명했다고 합니다만, 각국의 시장경제가 하나의 형태로 수렴되기는 어렵다고 주장하는 연구들도 사실은 적지 않으며 독일, 영국, 미국, 일본의 시장경제를 섬세하게 비교해 보는 것은 ’세계화‘가 진행된 지 20여년도 넘은 오늘날에도 전혀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는 얘기입니다(같은책 pp 21~33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