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영역본인 「Please Look After Mom」을 원본으로 하여 독일어 번역본 「Als Mutter verschwand」가 출간되어 있다고 합니다(번역 : Cornelia Holfelder von der Tann).

‘(늙으신) 엄마를 부탁해’ 할 때 ‘부탁해’라는 말과 그래도 좀 부합한다 여겨지는 ‘look after’라는 영어낱말에 대응하는 독일어 표현을 nachgucken(guck nach)이나 nachsehen(sehe nach)으로 할 수는 없었고, 그렇다고 하여 kümmern이나 betreuen이라는 동사를 쓰기는 너무 묵직하다고 여겨져서 아마도 역자는 ‘Als Mutter verschwand(엄마가 사라졌을 때)’라는 묘안을 생각해냈을 법합니다.
그러나 사실,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한국어로 읽은 독자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엄마를 부탁해’라는 제목 보다는 ‘엄마가 사라졌을 때’ 혹은 ‘엄마가 사라지고 난 다음’과 같은 제목이 소설내용에 훨씬 부합한다는 생각을 했을 법도 합니다. 소설속에 그려진 ‘엄마’는 누구한테 보살펴줄 것을 부탁을 할 만한 그런 엄마가 아니기 때문입니다(특히, 제4장 또다른 여인 부분 참조).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1962)의 소설에 대해 일본과 한국에서는 열광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비해 미국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어쩌면 같은 이치로, 십자가니, 산티아고 순례길이니, 묵주니, 피에타상이니 하는 기독교적 장치를 광범위하게 집어넣은 신경숙의 이 소설은 미국독자들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독일독자들에게 불러일으킬지 모릅니다.
이런 생각은, 필경, 영악하다 할 정도로 해박한 두 명의 일본사람, 사카이 나오키(1946~)와 니시타니 오사무(1950~)의 대담집 「세계사의 해체 - 서양을 중심에 놓지않고 세계를 말하는 방법(차승기/홍종욱 역, 역사비평사, 2009)」을 너무 골똘히 읽은 탓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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