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이덕일선생은 세종대왕이 창제한 글자로 영어의 f, v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 있는데 국어학자들이 한사코 반대해서 답답하다는 소회를 여러차례 피력하고 있습니다만, 그 주장은 사실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함부르크(Hamburg)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선수가 레버쿠젠(Leverkusen)으로 이적한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외국어 표기법에 대해 잠시 생각해봅니다.
차범근선수가 뛴 팀이어서 국내언론이 적는 방식으로 “레버쿠젠”, “레버쿠젠” 합니다만, 막상 독일어로 Leverkusen이라고 적힌 것을 보게 되면, 독일어를 쬐끔이나마 공부한 분들이라면, ‘레퍼쿠젠’이라고 읽게되지 ‘레버쿠젠’이라고 읽히지는 않습니다[레버쿠젠은 쾰른(Köln)의 일부라고 보아도 무방하겠습니다]. 베를린 근처 브란덴부르크에 속하는 지역 Teltow를 텔토브라고 읽지 않고 텔토오라고 읽는 것도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라인란트(Rheinland) 지방의 V(브이; 파우)는 라틴어의 영향으로 f(에프)가 아니라 V(브이)로 발음되는 경우가 있고, 브란덴부르크(Brandenburg) 지방의 지명(地名)에 쓰이는 W(더블유; 베)는 슬라브어의 영향으로 U/O(우/오)로 발음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라인강 호엔촐레른 대교와 쾰른 대성당 주변(사진출처 : Raimond Spekking)
‘바이엘 레버쿠젠’의 바이엘은 아스피린으로 유명한 약품회사 이름 바로 그 바이엘인데 독일어로는 ‘Bayer’라고 적고 독일사람들은 “바이어”라고 읽습니다. 독일 분데스리가(Bundesliga) 챔피언 ‘바이에른 뮌헨’은 독일인들 발음으로는 ‘바얀 뮌헨(뮌쉰)’입니다. ‘쾰른’, ‘쾰른’ 합니다만, 독일도시 Köln을 “쾰른”이라고 발음해서는 알아듣는 독일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우리 신문방송은 브라질 축구선수를 ‘로날도’라 하지않고 ‘호나우두’라고 하고, 스페인 축구팀 ‘레알 마드리드’는 계속 ‘레알 마드리드’라고 하며, 프랑스산 화장품 로레알은 그냥 또 로레알이라고 발음하고 적고 있습니다. 이덕일선생의 f, v 발음 외국어 표기법 제안에 대해 수긍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머리아픈 사정 때문은 아닌지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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