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1849)의 단편소설 「윌리엄 윌슨(William Wilson)」의 주인공은 이름과 나이와 체격과 얼굴 생김새까지 자기를 꼭 빼어 닮아 사람들이 형제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급우를 한 명 가지고 있다. 주인공은 이런 유사성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신의 도펠갱어(Doppelgänger)에 대한 주인공의 정서는 여러 가지 느낌이 혼합되어 있다. “증오까지는 아니지만 적대적인 느낌, 경의와 존경, 불안감, 그리고 유쾌하지 않은 커다란 호기심”. 주인공은 “그와 나 사이에 윤리적 신체적 유사성이 뚜렷하게 드러날 때 마다 정서적 흥분감이 더욱 강해진다”고 느낀다. 결국 주인공은, 같은 대학에 진학을 하고 대학졸업 이후 사회생활까지 자기를 따라다니는 도펠갱어에게서 벗어나려고 애를 쓰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짜증이 증오로 바뀌면서 끝내 그를 살해하고 만다.
포(Poe)의 단편소설은 독일과 유태인 사이의 비극적인 역사를 잘 나타내고 있다. 프레데릭 그런펠드(Frederick Grunfeld)의 용어를 빌리자면 이 두 민족의 “가족적인 유사성”은 놀라운 수준이다. 근면(Freiß), 상업적인 재능(Wirtschaftlichkeit), 검소(Sparsamkeit), 끈기(Beharrichkeit), 돈독한 신앙심, 가족 중시, 그리고 유태인을 ‘책의 민족(Volk des Buches)'으로 불리우게 하고 독일인을 ’시인과 사상가의 민족(Volk der Dichter und Denker)'으로 불리우도록 한 활자언어(gedrucktem Wort)에 대한 애착심. 두 민족은 또한 실용주의(pragmatism)나 공리주의(utilitarianism)에 머무르지 않고 독일 형이상학자 칸트(Kant), 헤겔(Hegel), 쉘링(Schelling)과 유태교 카발라(Kabbalah) 신비주의자들이 그러했듯이, 파우스트적인(Faustian) 의욕을 가지고 우주의 비밀을 풀고자 했고 신과 인간의 수수께끼 같은 관계를 해명하려 했던 공통적인 지적 전통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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