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쓴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는 “어떤 과학이라도 어느 정도는 딜레탄티즘으로부터 출발한다”고 말합니다만, 일본사람 야마모토 요시타카(山本義隆) 선생이 쓴 『16세기 문화혁명』 (옮긴이 남윤호 중앙일보 경제부장, 도서출판 동아시아, 2010년 3월 간행)은 모든 딜레탄트(Dilettant)들이 꿈꾸는 염원(念願)을 구현한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책의 옮긴이는 후기에서 “사람마다 글솜씨와 문투라는 게 있다. 남의 글을 옮기는 번역자라고 해서 그런 게 없으란 법이 없다. 저자와 역자 사이에 그 갭이 작으면 좋으련만, 이번엔 그게 너무나 컸다고 고백해야겠다”고 하면서 “황새를 따라가려는 뱁새의 신세가 이런 건가, 하는 심정으로 졸역에 참담해 하며 고개를 파묻을 수밖에 없었다”고 겸손해 합니다(같은책 p.808).
과학사 연구자인 저자는 이 책의 집필동기를 “근대 과학이 왜 유럽에서 시작했는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양 과학사의 가장 큰 변화는 16세기에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과 만나게 되었습니다.”라고 소개하면서 “물론 ‘16세기 문화혁명’은 하나의 가설로서 그 타당성 여부는 이 책을 읽고 판단해 주시리라 믿습니다”라고 겸양을 보입니다(같은책 pp.4~5).
프로이센 왕가의 한 본향(本鄕) 뉘른베르크(Nürnberg)에서 살았던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 1471~1528)에 관심(책 pp.87~108)을 보인 것도 반갑고, 16세기 유럽의 언어혁명(책 p. 615 이하)을 읽는 것도 매우 즐겁습니다.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 나오는 한석규씨와 신세경씨가 문득 생각납니다. 오랜 기간 한글전용에 애써 온 서울대(언어학과)/연세대 교수님 학생들께도 이 기회를 빌어 넙죽 큰 절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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