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학자 우치다 타츠루(內田樹) 교수가 쓴 『私家版 유대문화론(박인순 옮김, 서울 : 아모르문디, 2011년 10월 초판 발행)』은 “어째서 유대인은 박해받는가?”라는 의문을 논하면서
“유대인 박해에는 근거가 없다”고 대답하는 편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회답’이고 “유대인 박해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대답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회답’이라고 전제한 다음,
“유태인 문제의 근본적인 아포리아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대답’을 고집하는 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에 관하여 한 걸음도 깊은 이해를 향해 나아갈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대답’을 입에 담는다면 인류가 저지른 최악의 만행에 동의 서명을 하게 된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대답도,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대답도, 그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다. 이것이 유대인 문제를 논할 때 빠지게 되는 최초의 함정이다(그리고 최후까지도).”라고 하는 놀라운 입심을 보여줍니다(전게서, p.6).
그러면서, “내가 반유대주의자의 저작을 읽고 알게 된 사실은 그 사람들이 꼭 사악한 인간이거나 이기적인 인간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오히려 신앙심이 깊고, 박식하고, 공정하며, 불의를 격렬히 증오하고, 싸움의 현장에서 도망치지 않으며, 자신의 주먹에 사상의 무게를 주저없이 거는 ‘수컷 농도’가 짙은 인간이 자주 최악의 반유대주의자가 되었다.”고 소개하고 “단순한 ‘반유대주의자 = 인간의 탈을 쓴 악귀’라는 설에 기댄다면, 분명 역사 기술은 간단해진다. 그러나 거기에 머문다면, 지금도 존재하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존재할 인종차별이나 민족차별이나 제노사이드(집단살육)라는 재앙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전게서, p.104).
한편, "본서를 번역하면서 줄곧 즐거웠다. 유대인 박해의 역사 뿐만 아니라, 유대인과 특별히 관계없는 우리들이 유대인에 가지는 관심의 정체, 음모론의 해부,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의 친유대주의 및 반유대주의 이야기, 프랑스의 반유대주의와 우익 사상 및 파시즘, 레비나스의 철학 등 다양한 소재들이 저자의 기발한 질문 및 대답들과 함께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고 소회를 밝힌(전게서, p.241) 옮긴이의 입심 또한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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