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 심재훈 교수가 “논문의 편 수로 연구자의 역량이 평가되는 기형적 계량화의 시대에”(책 p.5 역자서문) "득실을 따지지 않을 정도의 용기를“ 가지고 번역한 책 『고고학 증거로 본 공자시대 중국사회(로타 본 팔켄하우젠 저, 심재훈 역, 세창출판사, 2011.12)』를 발견한 기쁨이 몹시 큽니다.
이 책의 역자는, 독자들이 알듯 모를듯하게, ”심심찮게 신문의 지면을 장식하는 중국의 고대사 도발에 관한 자극적 기사들을 비롯한 이에 대한 국내 학계 일각의 민감한 반응“이 ”대체로 본질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낮은 목소리로 지적하면서 ”지난 세기를 정신적으로 지배하며 아직도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한민족지상주의가 낳은 거대한 한국고대사 상과 그에 대한 열망이 한국인들의 시야를 흐리고 있느 듯하다“고 한걸음 살짝 더 나가고 있습니다(책 p.5 역자서문). 한반도 청동기시대에 관한 말씀이겠습니다.
독일 에얼랑엔(Erlangen)에서 2011년 추석에 한국어판 서문을 쓴 이 책의 저자 ‘로타 본 팔켄하우젠’은 미국 UCLA 교수로 von Falkenhausen이라는 독일 귀족 성씨를 ‘폰 팔켄하우젠’이라 하지 않고 ‘본 팔켄하우젠’이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바그너(Wagner)를 와그너라고 적듯이 독일계 미국인들은 폰 팔켄하우젠을 본 팔켄하우젠이라고 적는가 봅니다. 폰 팔켄하우젠(von Falkenhausen) 가문은 프로이센 왕가 호헨촐레른 가문의 본향 안스바하(Ansbach)에 그 뿌리를 둔 귀족 가문입니다. 프로이센 프리드리히 대제의 여동생(Friederike Luise von Ansbach, 1714~1784)와 혼인했던 카알 빌헬름 프리드리히 폰 브란덴부르크-안스바하 백작(Markgraf Carl Wilhelm Friedrich von Brandenburg-Ansbach, 1712–1757)을 시조로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자 로타 본 팔켄하우젠은 “기원전 천세기 중엽 ‘축(軸)의 시대(Axial Age)’에 독자적인 지성적 전통을 낳았던 인도나 이란, 레반트(Levant), 그리스 등 다른 구세계의 문명들과 마찬가지로, 중국 최초의 철학적 분투 역시 그 특유의 사회적, 정치적 환경을 긴밀하게 반영하”는 “고고학적 자료들을 제시하고 설명하는 데” 이 책의 목적을 둔다고 적고 있습니다(책 p.44). ‘축의 시대(Achsenzeit)’라 함은 중국과 인도, 서양에서 혁명적 사상이 동시에 발생한 기원전 800-200년 시기를 지칭하기위해 카알 야스퍼스(Karl Theodor Jaspers, 1883~1969)가 만들어낸 용어라고 역자가 설명을 붙이고 있습니다.
이 책은 또한 “기원전 3세기 후반 연(燕)의 이 지역은 진(秦)의 정복을 피해 연 귀족 성원들의 피난처가 되었고, 그들 중 한 명인 위만(衛滿)이 역사상 최초로 입증된 ‘조선(朝鮮)’ 왕국을 건립했다”고 적으면서 이기백의 「한국사 신론(서울:일조각 1967)」을 각주에 달고 있지만(책 p.367), "위만조선 왕국의 유적에 대한 고고학적 의문은 이 책의 주제 범위를 벗어난다“고 한국인 독자들에게 친절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기백과 그 후학들은 어떤 고고학적인 근거로 ‘위만조선’을 한국사 최초의 국가로 상정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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