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영국의 왕위계승법(Act of Settlement)과 하노버, 마운트바튼-윈저 왕가

뇌하수체 2010. 9. 9. 20:49

영국 의회는 1701년 스튜어트(Stuart) 가문 마지막 왕으로서 자식이 없었던 앤(Anne) 여왕(1665~1714)의 왕위계승자를 정하는 법(Act of Settlement)을 제정합니다. 이 법에 따르면, 카톨릭을 신봉하는 사람은 왕이 될 수 없고, 왕이 카톨릭교도와 결혼하는 경우에는 그 자손이 영국왕이 될 수 없습니다. 카톨릭을 부활시켜 전횡을 했던 제임스 2세(1633~1701) 같은 왕이 다시는 나타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법은 현재까지도 유효합니다.

 

이 법에 의하여 앤 여왕의 왕위계승자로 스코트랜드 여왕 메리 스튜어트(1542~1587)의 증손녀이자 개신교도 독일 하노버의 소피 부인(1630~1714)이 정해집니다. 소피 부인은 프로이센 왕 프리드리히 1세의 장모이며,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의 외할머니가 됩니다. 소피 부인은 그러나 앤 여왕이 서거하기 바로 몇 주 전에 사망하였고 영국왕위는 그녀의 아들 루드비히 게오르그(1660~1727)가 계승하여 조오지 1세로 즉위합니다. 하노버공(公)은 1698년부터 신성로마제국 황제 선출권을 행사하는 선제후(“Kurhannover", Kurfürst von Braunschweig-Lüneburg)의 반열에 올랐으며 1814년에는 하노버왕국으로 승격합니다. 프로이센의 호헨촐레른 가문과 줄곧 라이벌 의식을 가져왔던 하노버왕국은 1866년 프로이센-오스트리아 전쟁에서 오스트리아 편에 섰다가 비스마르크에 의해 왕국의 지위를 잃게 되고(1866), 폐위된 하노버 왕실은 1871년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에서는 프랑스를 돕기도 합니다.

 

1714년 조지 1세부터 독일(신성로마제국) 하노버 선제후는 영국왕의 지위를 겸하면서(이른바 Personalunion) 윌리엄 4세(1765~1837)까지 제위를 이어갑니다. 그리고는 윌리엄 4세의 질녀 빅토리아 여왕이 1837년에 왕위를 물려받으면서 영국왕과 하노버왕의 겸임시대가 끝납니다. 빅토리아 여왕은 1840년 독일 작센-코부르크-고타 출신의 알버트(Albert von Sachsen-Coburg und Gotha, 1819~1861)와 결혼하면서 영국의 하노버 왕조는 작센-코부르크-고타 왕조로 바뀌게 됩니다.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중에 영국왕실은 그때까지 불리웠던 독일식 이름 '작센-코부르크-고타'를 영국식 이름 ‘윈저’로 바꿉니다. 그 후 1953년 조지 6세(1895~1952)의 큰딸이 엘리자베스 2세(1926년 출생)로 왕위를 계승하는데, 왕위에 오르기 전인 1947년에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존더부르크-그뤽스부르크(Schleswig-Holstein-Sonderburg-Glücksburg) 가문 출신의 필립(Prince Philip, Duke of Edinburgh 1921년 출생)과 혼인했었던 엘리자베스 여왕은 1960년 왕가의 이름을 ‘마운트바튼-윈저(Mountbatten-Windsor)’라고 칭한다고 선포합니다. ‘마운트바튼’은 필립경(卿)의 외가 가문이었던 독일 헤센주 소재 ‘바텐부르크’ 지역명을 영국식으로 바꾼 것입니다. ‘마운트바트-윈저’라는 성(姓)은 영국왕실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직계 혈족만 사용할 수 있고 다른 왕족들은 사용하지 못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