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1889~1976)의 Sein und Zeit(존재와 시간)이 씌여진 지 이제 딱 100년인가 봅니다. 독일사람들 마저도 읽기 힘들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 책을, 1948년생 도올 김용옥 선생의 저서 '노자가 옳았다'를 읽고 살펴보는데, 한겨레 신문 고명섭 선임기자는 서평에서 아래와 같이 적고 있습니다.
" <도덕경>에서 노자 사상이 집약된 곳은 전체 81장의 서문에 해당하는 제1장, 그 중에서도 맨 앞에 쓰인 ‘도가도, 비상도’(道可道, 非常道)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구절이 노자 철학 전체를 파악하는 데 열쇠 구실을 한다. 특히 이 첫 구절에 등장하는 ‘상도’를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관건인데, 그동안 많은 노자 해석자들이 상도를 ‘불변의 영원한 도’로 간주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도올은 비판한다. 노자가 말한 ‘상도’는 플라톤이 이데아론에서 주장하는 ‘초월적인 영원한 진리’가 아니라, 우주 질서의 항상스러움을 가리킨다. 이때의 항상스러움은 만물이 변화와 생성의 과정 속에 있음을 뜻한다. 따라서 상도의 ‘상’은 ‘자연’ 곧 ‘스스로 그러함’과 통한다. 항상스러운 도는 우주 만물의 ‘스스로 그러한’ 모습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그것에 이름을 붙여 불변의 실체로 만드는 것은 ‘상도’가 아니라는 얘기다." (한겨레신문, 도올의 '노자 도덕경' 깊이 읽기, 수정 2020.10.8)
도올 선생의 그 책 노자 도덕경 주석 제1장, 바로 거기에 뜻밖에도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이 등장합니다. 난삽한 하이데거 철학을, 데카르트 "나는 사유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나는 존재한다, 고로 사유한다"로 전환시킨, 서양철학의 시대적 진전이라고 평가한 학자들의 글을 담은 책도 눈에 띕니다만, (예컨대, 신인섭 외 9인 엮음, 현상학, 현대 철학을 열다, 세창출판사), 부족한 학식으로는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고
도올 선생의 조선 18세기 양명학의 노자 연구 대목에 이르면 무엇인가 비로소 그제야 알쏭달쏭해집니다. 추사 김정희 서체 보다 원교 이광사의 서체를 높이 평가하는 도올 선생의 서릿발 같은 표현에 흠칫 놀라게도 됩니다. 그리하여 찾아 본 책, 이진선님의 <강화학파의 서예가 이광사>
[책읽는 경향]강화학파의 서예가 이광사
경향신문, 2011.10.09
최열 | 미술평론가
▲ 강화학파의 서예가 이광사 | 이진선·한길사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추사 김정희가 원교 이광사(李匡師·1705~1777)를 질투하여 감정어린 말투로 비난을 거듭하였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처음엔 김정희의 말을 따랐기에 이광사의 작품이 내키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고 흐른 세월만큼이나 안목이 밝아졌던 것일까. 문득 이광사의 작품이 눈에 밟히기 시작하는데 물 흐르는 듯 천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눈부시기만 했다. 이광사란 사람의 생애와 예술 세계가 궁금해졌고 조금씩 깨우쳐가는 길목에서 만난 책이 바로 이진선의 <강화학파의 서예가 이광사>다.
이광사는 저 유명한 <서결>에서 “예를 들어 사람 마음속에 일어나는 사랑, 기쁨, 노여움, 상쾌함, 답답함, 속임, 뉘우침 따위 감정이 순간에도 변하는 것이므로 이게 바로 조화이고 자연이니 문장도 이와 같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예술론은 “마치 자연의 조화가 사물에 따라 형태를 이루되 처음부터 일정한 체제가 없음과 같다”는 한마디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51살부터 73살까지 무려 22년이란 기나긴 유배생활 끝에 유배지인 절해고도 신지도에서 삶을 마감한 이광사는 자신의 글씨를 조롱박에 넣고 밀봉한 채 바다로 띄워 보냈다. 어느 바닷가 누군가가 주워 그게 조선 최고 예술가의 작품임을 알아보고 기쁨에 넘쳤을지 모를 일이지만 고통으로 가득 찬 그 생애까지야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유배지에서 생을 마친 아버지와 요절한 딸 그리고 남편이 옥중에서 처형당한 줄 알고 곧장 자결한 부인을 가진 이광사란 사람은 오직 예술에 탐닉했고 일가를 이루어 위대한 작품을 남겼으며 가장 탁월한 서예이론인 <서결>을 남겼다.
나는 김정희의 글씨나 난초 그림도 좋아하지만 이광사의 글씨와 그림을 사랑한다. 그러나 요즘 세상엔 김정희만 높이고 이광사를 낮추는 풍조가 만연해서 많이 불편하다. 왜 그렇게들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일까. 물구나무 선 시대 탓인지도 모르겠다."